유럽의 중세시대를 구분하는 건 조금 모호하다. 중세는 유럽 역사에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시기인 4세기에서 6세기부터 르네상스 시대라 불리는 14세기에서 16세기를 대략적인 중세시대라고 구분한다. 이와 같은 구분은 동양의 역사에 적용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고 유럽 이외의 지역에도 '중세시대'라는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확실한 부분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중세시대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시점에서 십자군 전쟁 시기인 1095년에서 1291년까지의 시기를 거쳐, 흑사병으로 유럽인구의 30%이상이 사망하고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는 14세기까지 정도로 구분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포스팅은 이런 일련의 사건 중에서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에 대해서 아는 대로 주절주절 끄적거리고자 한다.
십자군 전쟁(1095년 ~ 1291년)의 시작
십자군 전쟁은 세계 1,2차 대전과 함께 인류역사상 가장 불필요한 전쟁이지만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던 전쟁이다. 당시 유럽은 기독교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곳은 어느 한 국가가 아닌 로마 교황청이었고, 교황청에서 각 국가의 결혼 대소사까지 관장하는 시대였다. 십자군 전쟁은 이런 기독교 세력의 이슬람 원정에서 일어난 전쟁을 말한다. 이 두 종교 간의 전쟁의 가장 큰 이유는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레반트 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로 불리는곳이다. 아브라함은 구약성경과 쿠란에 등장하는 인물로 히브리인과 아랍인, 에돔인의 공통되는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시조인 셈이다. 175살까지 사셨다고 하는데 이건 뭐.. 우리 단군 할아버지의 단군신화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ㅎㅎㅎ 예루살렘은 이런 세 종교의 성지인데 지금까지도 여긴 치고박고 싸우고있다.. -_-;;
십자군 전쟁의 서막은 동로마 제국이 셀주크 제국과의 전투에서 패배후 동로마 제국의 주요 지역인 아나톨리아를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동로마의 새로운 황제로 즉위한 알렉시오스 1세는 아나톨리아를 회복하려고 했지만, 당시 동로마의 세력은 주변국들을 견제하며 세력을 확장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부족했다. 이제 1095년 교황 우르바노 2세는 '성스러운 교회를 수호할 수 있도록 이교도들에게 맞설 원군을 지원하라'는 요청을 듣고 그 해 11월 클레르몽 공의회를 기점으로 서유럽은 200여 년 동안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십자군 전쟁의 원인
초기 십자군 전쟁은 아나톨리아 지역을 동로마 제국이 잃어버리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 시대는 앞서도 말했듯이 한 국가의 힘보다 로마 교황의 힘이 절대적으로 강한 시대였다.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이교도에 맞설 원군'이란 의미는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는 모두 이도교가 되는것이다. 기독교는 유럽의 지배세력이었고 예수 사망 이후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의 정치, 사회, 종교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슬람교는 무함마드가 610년에 창시한 종교이기 때문에 기독교에 비해서는 시기적으로 짧을뿐더러 그 세력 역시 많이 미약하였다. 하지만 이슬람교 역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이기에 기독교입장에서는 그들의 세력확장이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인다 하더라도 결국 십자군 전쟁은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침략전쟁으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세시대의 사회상
유럽의 중세시대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유럽의 사회상과 문화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로마에서 상수도와 하수도의 개념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도 물을 이용한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긴했지만, 이런 방식들이 동양의 방식에 비해 결코 더 위생적이거나 청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로마의 위생방식이 유럽으로 정상적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지만, 당시는 국가의 힘보다 교황의 힘이 절대적인 시대여서 이런 교황의 절대적인 권력은 유럽 문화에까지 번져가게 된다. 당시는 종교적 이념이나 신념이 과학적 논리를 압도하던 시대였다. 예를 들어 목욕이 건강을 해친다던지, 설사가 질병치료에 도움이 된다라는 해괴한 이념(?)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당시 유럽은 볼타르라는 요강에 볼일을 본 후 이 오물을 길에 그냥 버리는 식이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는 상당히 깨끗했던 위생관념이 아이러니하게 종교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점점 더 나빠지게 된것이다. 이러한 위생관념은 르네상스 시대에도 이어졌고 근대 유럽에 이르기까지 유지되었다.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 문화이다.
관련 서양 문화의 유래중 여성들이 통이 큰 치마를 입는 이유는 볼 일(?)을 보기 위해 변형되었다는 썰과, 하이힐은 응가로 인한 길거리가 너무 더러워서 그 해결방안으로 개발된 것, 그리고 유럽에서 향수가 그렇게 발달한 이유도 이런 당시 사회상과 무관하지 않다.. 뭐.. 확실한 팩트라기보다는 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하이힐 신은 그림이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죽음의 전염병 흑사병
이러한 비 위생적인 사회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죽음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에서 7,500만 ~ 2억 명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되어 있다. 흑사병의 병원균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이유들을 추측했지만 2011년 남유럽인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페스트의 병원균인 페스트균이 병원균으로 밝혀졌다.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평원지대에서 시작되었는데, 비단길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여 1343년경 크림반도에까지 전염되었다. 여기에서 화물선에서 기생하던 검은 쥐를 중간 숙주로 하여 지중해를 따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 당시 유럽 총인구의 60% 정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사병 이전 세계인구가 4억 5천만명정도로 추정하는데 흑사병 이후 대략 3억 5천만명 정도로 거의 1억 명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줄어든 유럽인구는 17세기 정도가 되어서야 예전 인구로 회복될 수 있었다. 이때도 사이비들이 득세했는데, 일부 사이비들은 하느님이 흑사병으로 심판을 하고 있으니 고행으로써 죄를 씻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흑사병의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거지나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 등이 흑사병을 몰고 다닌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집단폭력을 당하거나 학살을 당하기도 하였다. 유럽 중세시대에서 빠질 수 없는 마녀사냥 또한 이러한 당시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흑사병으로 인구의 절반이 죽음으로 내몰리자 유럽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낳게 되었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타나기도 한다. 데카메론은 조반니 보카치오의 르네상스 시기 산문문학으로 내용자체가 흑사병을 피해 피렌체의 교외 별장으로 피난을 간 10명의 귀족의 잡담을 이야기로 모아 서술한 것이다.
흑사병 이후의 유럽,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
이런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그 이후 유럽은 모든 사회환경과 문화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이루게 된다.
우선 유럽 인구의 절반가량이 사라지면서 경제활동 자체가 엄청나게 위축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회시스템도 멈추게 되고,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도 막을 내리게 된다.
흑사병으로 유럽 전역이 죽음으로 내몰리며 드디어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로마 교황청의 세력은 위축되어 갔고 '인간이 중심'인 시대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이렇게 유럽의 중세시대는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으로 유럽을 완전히 파탄시키고 드디어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는 1350년경에서 1600년까지 중세의 교회 중심의 문화가 몰락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운동이 일어난 시기이다. 르네상스는 프랑스어로 부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이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다시 재연하자는 부흥운동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성경의 이야기만 그리던 화가들이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미켈란 젤로의 '다비드'가 이 시기 작품들로, 활동한 시기가 바로 르네상스 시기이다.
십자군 전쟁을 좀 더 디테일하게 쓰고 싶지만 본인이 비기독교인이자 기독교에 비판적이기에 글을 자세하게 쓰게 되면 내용이 편파적으로 바뀔 것 같아 대략적으로만 기술하였다. 요즘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내용이 르네상스와 프랑스 대혁명 시기, 그리고 커피인데 다음번(?) 주절주절 포스팅은 이것 중에서 골라볼까 한다.. ㅎㅎㅎ
THE END